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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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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 2014-01-29 10:46

간호학과 4학년 김호현씨 천사 같은 예쁜 마음

 

소록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전하다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랑을 드리고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드리고

 

밝게 웃어 드리는 것 뿐 이었는데

 

이토록 나를 예뻐해주시고

 

오히려 더 사랑해주시는 마음에,

 

할머니들의 사랑에 힘입어

 

나는 앞으로 더 나은 사람, 더 진실된 사람,

 

신기루같은 사람이 아닌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1월 17~23일 동계 소록도봉사활동 다녀온 김호현씨


2012년, 2013년에도 그곳에서 장기 봉사활동

 

 

화창한 날씨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소록도로 출발하였다. 정신없던 한 학기, 무려 5개월만에 다시 찾은 곳이지만 여전히 밝게 빛나고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곳이었다. 소록도에 도착하자마자 여름방학 내내 같이 지낸 어르신들을 뵙고 싶어 병동으로 달려갔다. 날 보자마자 웃으며 반겨주시는 할머니부터 진짜 올 줄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 시큰둥하게 “왔냐?” 하셨지만 사실은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언제 도착하냐고 전화하셨던 할머니, 그리고 날 보자마자 하이파이브로 반겨주시는 할아버지까지 모두 모두 너무 반가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계장님으로부터 짧은 브리핑을 받고 우리는 각자 배정된 병동으로 향하였다. 계장님은 브리핑 내내 항상 가슴으로 뜨겁게 봉사하기를 강조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다 올지 계속 해서 고민을 하며 병동에 도착하였다. 병동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할머니들께 우리들을 소개하고 이 곳을 떠난 5개월 간의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도 나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믿음 병동에서 가장 피부가 고운 할머니께서는 계속 내 손을 잡으며 다시 와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셨다. 다행스럽게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는 할머니는 단 두분 뿐 이었지만, 막상 내가 다시 호들갑을 떨며 병동에 들어서니 어르신들께서 날 보자마자 기억하시고는 반겨주셨다.
  
저녁 식사가 도착하고 이전처럼 할머니께 식사를 도와드리려고 갔다. 싱겁게 드시던 분이 짜게 드셔서 놀라기도 하고, 여전히 내 얼굴만 보면 “밥!!! 밥 줘!!” 하셔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할머니도 계셨다. 할머니의 식사 스타일을 알아서 인지 할머니의 식사는 수월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식사 후 양치질을 도와드리려고 갔더니 피부가 가장 고운 할머니께서는 또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하셨다. “니가 온김에 나도 할란다~ 나도 가져다 줘~” 하시는 분도 계셨다. 물론 여전히 내 이름은 모르시고 “어여~ 갖다놔라” 하시는 할머니께서는 양치가 끝난 바가지를 자연스럽게 밀어 주시기도 하셨다.
 
이튿날부터 우리의 봉사활동은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을 깨우고 기저귀를 교체하고 식사 준비를 한 뒤 할머니들이 잠을 깨실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 쫑알 쫑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께는 다리를 주물러 드리기도 하고 자세가 틀어진
어르신은 자세 교정을 해드리는 등 어르신들의 불편한 부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 일과가 끝났다.
  
셋째 날에는 “할머니~ 저 가기 전에 꼭 산책 한번 해요!” 약속 했던 할머니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산책을 나왔다. 평소에 반응이 없던 할머니도 산책을 나오니 “바다! 바다!”를 외치며 너무 좋아하셨다. 그리고 피부가 가장 고운 할머니와는 매점에서 과자 한봉지를 사서 함께 나눠 먹으며 바닷길도 다니고 중앙공원도 한바퀴 돌며 예쁜 바다도 보고 푸른 하늘도 보고 멋지게 가꿔진 나무들도 보고 만지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사실 할머니는 공원에 가고 싶다고 하셨으면서 막상 과자를 사서 공원으로 가려고 하니 “그냥 들어가요 우리”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 저는 할머니랑 공원에 놀러가고 싶은데 정말 그냥 들어가요? 저기 공원에서 할머니랑 예쁜 나무 많이 보고 싶어요” 말씀 드리자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정말 저랑 가고 싶어요?”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께 “그럼요~ 할머니 미안해서 그러시죠? 그런게 어딨어요~ 저 할머니랑 산책이 얼마나 하고 싶었는데요~ 미안해 하지 마세요” 말씀 드렸더니 할머니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셨는지 고맙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다. 할머니는 내가 휠체어를 밀고 가며 힘들어서 말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그걸 아시고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께 공원의 나무 이야기, 기념비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산책을 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문득 봉사활동을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오니 덜컥 겁이 났다. 발대식 때 나는 분명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 하였는데 정말 그런 사람이었을까... 난 스스로 답할 자신이 없었다. 해드린 것 보다 못 해드린 것들이 더 많아 아쉽고 죄송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책 하면서 여쭤 보았다. “할머니 저 어제 예뻤어요?” “네~ 예뻤어요” “그럼 오늘은요? 오늘 더 예뻐요?” “어제보다 오늘 더 예뻐요” “할머니 그럼 내일은 더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네~ 내일은 더 예쁠거에요” “할머니 저랑 산책하니까 좋아요?” “네 고마워요. 너무 좋아요.”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지만, 나는 할머니의 대답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안도감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뻔 했다.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께서 짧은 시간 이었지만 행복하셨다기에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가 드리는 작은 마음에도 기뻐해주시고 고마워해 주셔서 더 감사했다.
  
봉사를 왔던 첫 날 늦은 저녁에는 같이 단체 봉사를 온 친구를 데리고 할아버지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할아버지는 집이 공사중이라 다른 집에 친구분과 함께 지내고 계셔서 전라도 대표 소주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잎새주를 못챙겼다며, 사탕이랑 양갱이라도 먹으라고 던져주시며 아쉬워 하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데려온 친구들이 마음에 드셨는지 내내 함박 웃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셨다.
또 돌아오기 전날 들렀을 때 할아버지께 다음엔 남자친구 만들어서 같이 올게요! 말씀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너네는 4학년이라면서 친구도 없어?~” 하셔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셨지만, 막상 우리가 일어나려고 하니 할아버지의 눈에서도 눈물이 글썽 이셨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멋진 웃음을 보이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마지막 새벽 봉사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할머니들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아쉽다 아쉽다” “내일가면 안돼?” “가지마” “여기 간호로 와. 내가 말해줄게. 가지마” “진짜 다시 와요?” “나중에 가면 안됩니꺼” “이번에는 왜이렇게 짧아. 나중에 가” 나를 붙잡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울면 할머니들께서 하루종일 축 쳐져 계실거라는 걸 알기에 울지 말자 몇 번을 다짐 했는데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할머니 빨리 취직하면 여름방학때는 길게 올게요~ 안되면 짧게라도 꼭 올게요.” 약속에 약속을 거듭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힘들게 병실을 나왔다.    
  
생각해보면 이 곳의 어르신들은 이별을 가장 많이 경험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이별에 굉장히 익숙할 것 같지만 여전히 낯설어 하시고 이별을 아파했다. 작은 호의에, 내가 좋아 웃는 웃음에, 나의 말 한 마디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셨지만 속으로는 기억하시고 모든 것들을 고이 가슴속에 남겨두셨다. 내가 웃기만 하여도 고맙다고 하시는 분, 날 보기만 하면 밥 달라고 하시는 분, 나를 항상 봤었고 이번에 또 보았지만, “우리 어디서 봤지?~” 하시며 기억 못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그 분들은 막상 우리가 떠나면 항상 “이제 또 가는구나. 아쉽다 아쉬워” 하시며 우리의 뒷모습을 쓸쓸하게 보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병동 선생님께서 카톡을 보내셨다. 할머니들은 부산으로 떠난 날 그리워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셨고, 내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보고 또 보고 계신다고 한다.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랑을 드리고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드리고 밝게 웃어 드리는 것 뿐 이었는데 이토록 나를 예뻐해주시고 오히려 더 사랑해주시는 마음에, 할머니들의 사랑에 힘입어 나는 앞으로 더 나은 사람, 더 진실된 사람, 신기루같은 사람이 아닌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들께 요즘 겨울철이라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내가 다음에 온다고 하여도 “그 때 내가 있겠나” 하시는 분이 계셨다. 다음이라는 말이 이렇게 겁나고 어려운 말 인지 몰랐다. 그래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다음에 갔을 때 지금처럼만이라도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파이팅! 외치며 웃은 우리 봉사단원들에게 너무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까지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더 좋아하실까, 더 편해하실까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 다시 생각해도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