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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전환점 - 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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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학과 2010-10-13 11:33

   동서대학교 후배 여러분.

   저는 96학번 중문과 1기 졸업생 정주연입니다. 제가 캠퍼스을 오가며, 대학 생활을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을 바라보는 세월이 흘렀네요. 하지만 대학에서 제 삶의 가장 파릇파릇한 시간들을 보내서인지 항상 가깝게만 느껴집니다.
   대학 1학년 때 저는 그리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잦은 지각에 걸핏하면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고, 낮은 학점이 대학 생활의 낭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저의 나태한 생활에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1학년 겨울 방학 때 다녀 온 6주 동안의 짧은 중국 어학연수였습니다. 외국 어학연수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중국 땅을 처음 밟은 저는 곳곳에서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고, 정말 제대로 중국어를, 중국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중국에 다시 와서 유학하겠다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심고 돌아왔습니다. 무미건조했던 저의 대학 생활이 활력으로 가득 차면서, 저는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시는 우리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서, 중국어와 중국 전반에 관한 지식을 쌓아가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제 금융 위기의 한파가 우리나라를 휩쓸 때 그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 가정에도 어김없이 드리워졌습니다. 중국으로의 유학을 포기해야하는 저에게 지도 교수님께서는 국내 진학을 권유하셨고, 저는 부산대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모교인 동서대학에서 중국 명문 대학중의 하나인 산동대학과 교류를 맺게 되었고, 교환 장학생 선발 제도가 생겼습니다. 저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비록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저였지만, 학비와 기숙사비를 면제 받고, 또 생활비 혜택까지 받으며, 오래도록 품어온 중국 유학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유학 생활이었지만, 저는 자신과의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하나의 신념과 대학시절 내내 저의 화두가 되었던 중국 시인 李白의 『將進酒』 시구 "天生我材必有用(하늘이 나를 나으시매 반드시 쓸모가 있다)"을 수도 없이 되뇌며, 저와의 싸움을 계속하였습니다. 2003년 사스(SARS)가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을 때 저를 염려하시는 부모님과 모교 교수님들께서는 한 결 같이 귀국할 것을 당부하셨지만, 저는 눈앞에 놓인 석사 논문 답변과, 박사 입학시험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기 귀국하고 텅 비어버린 기숙사를 홀로 지켜야 했습니다.
   저는 2003년 6월에 중국 산동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같은 해 9월에 상해 복단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현대 중국어 어법학'을 전공하였고, 어느덧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지난해부터는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대학 시절 제 마음에 심었던 희망의 씨앗 하나가 그 동안 발아하고 뿌리를 내리고 아직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작은 묘목 정도로 자랐습니다. 언젠가 이 작은 묘목이 푸른 잎 무성한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중국어를 공부하는 우리 후배들에게 그늘이 되고, 또 그 풍성한 열매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21세기를 맞아 동아시아의 역할이 증대될 것을 기대하며, 세계는 지금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중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오리엔탈 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중국어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것은 명백한 현실입니다. 지금은 우리 중국어과의 모든 학생이 한 학기를 중국 산동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으니, 더욱 더 많은 후배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학습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더 많은 우리 후배들이 저 넓은 중국 대륙에서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이상을 펼쳐가기를 기대합니다. 후배 여러분 두려워하지 말고 이상을 향해 노력하며, 자신을 믿으세요! 꿈은 꼭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제자 늘 한 결 같이 격려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우리 중문과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