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해운스케치> 2020년 신년호에 실린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한철환 교수(현 한국항만경제학회 회장)의 "제4차 산업혁명시대 해양안전의 미래와 변화" 원고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해양안전의 미래와 변화(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Ocean Safety)
작년 11월 제주 해상에서 안타까운 선박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어선 대성호는 화재사고 후 침몰했으며 어선 창진호는 큰 파도로 인해 전복됐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해양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이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해양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해양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본다.
해양 사고의 현황
해양안전심판원이 발행하는 「해양사고 통계와 사고사례(2018)」를 보면 2018년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2,671건으로 전년 대비 3.4% 증
가하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자는 전년 대비 29.7% 감소한 102명이었다는 점이다. 해양사고 발생건수는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더라도 2014년 1,330건에서 2015년 2,101건, 2016년 2,307건, 2017년 2,582건, 2018년 2,671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사고 선박척수도 2014년 1,565척에서 해마다 증가하여 2018년에는 2,968척에 달했다. 2018년 해양사고 척수를 선종별로 살펴보면 어선이 전체 67.8%인 2,013척이고 비어선이 32.2%인 955척이었다. 비어선은 다시 세부적으로 기타 599척, 화물선 112척, 예부선 111척, 유조선 89척, 여객선 44척이었다. 한편 최근 5년간 인명피해(사망, 실종, 부상) 추이를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2014년 710명을 예외로 하더라도 2015년 395명, 2016년 411명, 2017년 523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2018년에는 455명으로 다소 감소하였다. 한편 2018년 발생한 인명피해를 사고유형별로 살펴보면 어선의 경우 안전사고 47%, 전복 26%, 충돌 20%, 기타 4%, 좌초 2%, 침몰 1%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비어선은 항해 관련 사고와 무관하게 사람이 사망, 실종 혹은 부상을 당한 안전사고가 77%로 대다수를 차지하였고 그 뒤를 이어 전복 15%, 충돌 8% 순이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5년간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 10톤 미만의 소형선박이 전체 사고선박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선종별로는 어선이 전체 사고 선박의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해양사고 발생원인의 85%가 인적요인에 기안한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는 경제소홀이 44,7%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작업안전수칙 미준수 8.8%, 항행법규위반등 운항과실 8.7%, 기관설비 취급불량 7.0%, 선체 및 설비 결함 6.0%의 순이다.
해양사고를 줄일 방안은?
이처럼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는 해양사고를 줄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수많은 안전대책이 나왔었고, 이번 대성호화재와 창진호 전복사고 후에도 정부는 어선의 화재경보장치 설치와 선원실 조난버튼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어선사고 예방 및 저감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체감 상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을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과 초지능성(hyper intelligence)으로 특징지어 지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3D 프린팅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산업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혁신을 통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류산업에서도 이러한 디지털화를 적극 활용하여 운영의 최적화, 에너지 소비 효율화,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을 물류4.0이라 부르고, 해운항만분야에서는 해운4.0(스마트해운)과 항만4.0(스마트항만)이라 불리고 있다. 이하에서는 해양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해운항만분야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해양안전
먼저 항만자동화 및 터미널 간 화물정보공유시스템 구축을 통한 스마트항만(smart port) 추진을 통해 터미널 생산성 향상과 터미널 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항만 자동화를 통해 터미널의 무인운영시스템이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인적 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다만 자동화에 따른 기존 일자리의 소멸에 대한 대책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활용측면에서 해운항만물류류는 화물(운송대상)을 선박(운송수단)과 항만(운송거점)간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여기서 다량의 데이터(빅데이터)가 발생하고 이를 센서 및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분석 및 예측함으로써 물류활동이 실시간으로 최적 통제되고 효율적으로 조직될 수 있다. 이미 선진항만들은 선박입출항 예측시스템(Ship Operation Predictability), 지능형 차량통행시스템(Intelligent Traffic Management) 등을 통해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 할 수 있도록 도우며, 트럭의 배후운송 최적화를 도모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포트베이스 항만커뮤니티시스템(Portbase Port Community System)이라는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여 전국 항만의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업무효율과 비용절감은 물론 선박의 안전운항을 도모하고 있다.
셋째,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의 도입이다.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는 세계 최초로 120TEU급 자율운항 컨테이너 선박인 ‘YARA Birkland’을 2020년부터 연안운송에 투입할 예정이며 2022년까지 완전무인선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등장에 따른 변화처럼 자율운항선박의 등장은 선박의 설계와 운영뿐만 아니라 항만운영 측면에서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선박연료도 수소나 전기로 전환되어 보다 환경친화적인 선박 운항이 가능해진다. 인적오류 감소에 따른 해상에서의 선박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이다. 자율운항선박과 관련된 중요 이슈 중 하나는 이들 자율운항선박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이다. 운항선박 간 의사소통, 항만에 입출항하는 자율운항선박과 항만당국 간 의사소통, 갑문이나 교량 통과 시 의사소통 등이 그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을 위한 표준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마련된다면 선박에 의한 인명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소위 무인항공기라고 불리는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손쉽게 정보수집이 가능하여 해상 및 항만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드론에 카메라나 센서를 부착하여 방파제와 같은 외곽시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항만 내 가스탱크의 누출상태 등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로테르담항은 아쿠아스마트(Aquasmart XL)라는 수중드론을 활용하여 안벽 검사와 수질 오염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Wilhelmsen Ships Service사가 드론을 이용해 선박에 선용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싱가포르항은 드론을 활용한 선박 손상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다. 아부다비항만공사는 칼리파항에서 드론을 이용
하여 항만시설들의 보안을 감시하고 있다. 그 외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여 선박입출항 관련 서류의 처리과정을 단순화 및 보안화할 경우 업무처리의 정확성을 도모할 수 있어 해양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 스마트 전략과 해양안전의 미래
이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 세계시장 50% 점유, 해양재해 예측 소요시간 단축(12시간→4시간), 실시간 선박안전 모니터링 기술 도입, 스마트장비로 해상구조 골든타임 확보, 스마트 해상교통안전지원시스템 구축 등이 핵심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모쪼록 내실 있는 정책 집행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우리나라 해운항만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성장동력 확보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아가 안전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