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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승자독식 시대 부산이 나아갈 방향 - 한철환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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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류학과 2021-10-05 09:38

[오션 뷰] 승자독식 시대 부산이 나아갈 방향

한철환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최근 부산 지역 언론 기사들을 보면 온통 암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전국 대도시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 ‘전국 100대 기업 중 부산 소재 기업 전무’, ‘전국광역시 중 유일한 혁신성장 취약도시’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전국 최고 수준의 화장률로 부산시가 운영 중인 봉안당 시설이 포화상태라는 소식까지 접하니 이제 부산은 죽어서도 편치 않은 도시가 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지역 현실 암울하고 수도권과 격차
혁신기업 유치·인재 육성이 돌파구

가덕신공항 등 재도약 잠재력 충분

항만·물류, 고부가가치 산업화해야

 〈직업의 지리학〉 저자인 엔리코 모레티는 세계화와 기술 진보로 인해 전통적 제조업 기반 도시들은 쇠퇴하고 혁신산업 기반 도시가 새롭게 부상함에 따라 도시 간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간파했다. 미국의 경우 과거 자동차산업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가 몰락하고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창조계급’이란 용어로 유명한 리차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같은 지식 및 테크 허브 도시에는 기업과 인재가 집중되어 슈퍼스타 도시로 부상하는 반면 전통 제조업 기반 도시들은 추락하여 소위 승자독식의 도시화(winner takes all urbanism)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도시나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 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수도권은 미래 산업의 거점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K-반도체 벨트 조성, IT와 게임산업 중심지인 판교밸리, 인천 송도지구의 글로벌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함께 우리의 자구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문제 해결의 단초는 혁신기업의 존재가 도시의 성공을 결정하고,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부산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혁신 생태계는 풍부한 숙련 인력, 전문 공급업체를 포함한 인프라 그리고 클러스터를 통한 지식 파급이 가능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일단 혁신기업이 유입되면 집적 효과에 따라 기업과 인재들이 연쇄적으로 몰려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미국 시애틀도 한때 제조업과 목재업 중심의 경제가 쇠락하여 ‘절망의 도시’라고 불렸지만, 1979년 마이크로소프트사 이전을 계기로 우수한 IT 인재들과 벤처 캐피털사들이 유입되었고 1990년대 중반 아마존이 이전하면서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혁신기업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인재의 육성과 유치 또한 중요하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이 있어서 가능했고, 아마존이 제2 본사를 버지니아 알링턴으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도 버지니아공대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혁신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도시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기업 및 연구개발 투자 유치를 위한 조세 감면과 시설자금 지원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인재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도 도시의 성공 요인인 인재 유치를 위해선 삶의 질을 고려한 생활 여건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살고 싶은 도시는 고층 빌딩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다양한 음식과 엔터테인먼트, 편리한 교통망,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문화예술 공간, 도시인의 스트레스를 치유해 줄 도심 속 녹지 공간 등 소프트 파워가 결정한다.

 부산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만도시다. 여기에 가덕신공항과 광역 철도망까지 갖춰지면 부산이 글로벌 슈퍼스타 도시로 발돋움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남은 과제는 전통적인 하역, 보관, 운송 중심의 부산 지역 항만·물류산업을 고부가가치 혁신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공간을 해양레저관광의 메카로 조성하고, 동삼동 해양혁신지구와 문현금융단지를 연계하여 해양금융, 선박 중개, 해사 중재, 컨설팅, 교육 등 해양 비즈니스 클러스터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북항 지역 유휴 부두는 해양혁신특구로 지정하여 해양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만들고,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부산항에 탄소포집저장(CCS) 시설이나 수소 관련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해 보면 어떨까. 이 또한 우리의 혁신적 사고와 의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