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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짜증나게 하는 IT 기술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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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15:58

‘기술 과잉'(Technology Overload)이라는 말이 있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공급자만의 시각으로 개발된 기술을 뜻한다. 경쟁에 노출된 기업의 기술설계자들이 ‘이런 기술이 필요할 거야’라는 상상과 구상을 통해 개발한다. 쓸모 보다는 써야 할 당위가 우선시 되는 기술에 해당한다.

그 덕에 하루가 머다하고 신기술이 탄생한다. 이를 따라잡는 데만도 숨이 가쁘다. 결국 따라가다 포기하고 멈춰버린다. 일부는 과거의 향수 짙은 ‘느린 기술‘로 회귀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현대의 모습을 ‘기술과잉의 시대’라고 낙인찍었다.

공급자 중심의 기술 개발은 사용자들을 때론 불편하게도 한다. 수요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기술 수용을 강제하기도 한다. 불필요 기술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의 전략도 전방위적으로 전개된다. 때론 패키지의 형태로 딸려와 반드시 써야만 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끼어들기 위해 구매의 유혹에 자발적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용자들은 짜증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해 기술사용자들을 분노의 가두리로 몰아넣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들은 환경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낙후된 형상으로 남아 사용자들을 괴롭힌다. 자동차의 시대에 마차로 살아가기 어렵듯, 더 진전된 기술의 출현으로 더 이상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기술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낡은 제도가 이들의 생명 연장을 지탱해주는 동력이다.

지난 3월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자들이 뽑은 짜증나는 12가지 IT 기술’을 선정해 보도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 메시지, 너무나 빨리 닳는 스마트폰 배터리, OS 업데이트 이후 느려지는 아이폰까지. 사용자 수억명, 판매량 수억대에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던 기술들을 독자의 반응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냈다.

<블로터>도 비슷한  형태의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에 출시된 IT 제품들 가운데 독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기술을 뽑아봤다. 설문조사는 페이스북 그룹 ‘블로터 독자 아이디어랩’에서 18시간 가량 진행됐다. 모두 18명이 22종의 기술을 ‘짜증나게 하는 기술’로 선정했다. 질문은 주관식이었고 신뢰성의 확보하기 위해 응답자의 실명을 요청했다. 블로터 독자 아이디어랩은 IT 기술 사용자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 목록 : <블로터> 독자가 뽑은 ‘짜증나는 IT 기술 22종’

‘액티브X’ 여전한 불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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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X 기술은 블로터 독자가 뽑은 ‘짜증나게 하는 IT 기술’ 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조사에 응답한 18명이 지적한 ‘짜증나는 IT 기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관계없이 폭넓게 포진해 있었다. 대체로 겹치지 않았지만, ‘액티브X’만큼은 달랐다. 18명 가운데 5명이 액티브X를 불편한 기술로 꼽았다.

송민섭(39세), 이진혁(33세), 이현(27세), 이종호(44세), 강정수(46세) 씨는 액티브X를 “이젠 버려야 할 IT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진혁 씨는 “웬만하면 살 게 있어도 오프라인에서 사고 은행거래도 웬만하면 오프라인으로 하는 ‘웃픈’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종호 씨는 “하다보면 내가 컴맹이 된 것 같다”는 말로 반응을 대신했다.

액티브X 기술은 기술 적응의 지체로 사용성을 잃어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이달 말까지 금융권에서 퇴출될 예정이지만 이 자리를 ‘exe’ 방식의 보안프로그램이 대체할 예정이다. exe 보안프로그램이 사용자를 ‘짜증나게 하는 IT 기술’로 자리잡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감시와 유출 우려를 증폭시키는 기술

kakaotalk_chatingplus

카카오톡의 읽음 확인 기능을 짜증나는 기술로 지적한 독자도 있었다.

은밀한 감시 또는 개인정보 유출을 짐작케 하는 기술에도 독자들은 ‘짜증’을 표시했다. 카카오톡의 읽음 표시 숫자, 페이스북의 ‘티커'(지금 이 순간), 정보 공개 ‘디폴트'(기본값) 기술이 블로터 독자가 꼽은 감시 관련 짜증 유발자들이었다.

카카오톡 읽은 표시 기술을 꼽은 이재은(29세) 씨는 “카톡을 보낼 때 나의 확인 여부를 상대가 바로 알게 된다는 점이 불편하다”면서 “답장을 강요받는 기분이 든다”고 호소했다. 페이스북 티커 기술도 맥락은 비슷했다. 양승화(31세) 씨는 “친구를 감시하거나 내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디폴트 기술의 폭력도 넓게는 감시와 관련된 부분이다. 대부분의 서비스 가입 페이지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디폴트로 제공한다. 유심히 읽어보지 않으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기업들은 이 개인정보로 상품 상담 전화를 내보내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이시영(29세) 씨는 “가입할 때마다 일일이 클릭해서 ‘No’로 변경하기가 무척 번거롭다”라며 “이용자들은 개인정보나 사생활 정보 제공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답변했다.

스마트폰도 ‘짜증제조기’

▲애플 페이

스마트폰의 지문 인식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불편함을 초래했다.

전세계 모든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는 스마트폰도 짜증 유발 기술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하드웨어 기술뿐 아니라 내장된 여러 소프트웨어도 불편함을 유발하는 진원지였다. 박자연(34세) 씨는 가장 불편한 스마트폰 기술로 지문인식 기능을 들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0번 하면 두 번 정도 인식한다”면서 “귀찮아서 아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박재용(33세) 씨는 스마트폰의 사전탑재(프리로드) 앱이 짜증을 자아낸다고 했다. 박씨는 “살 때부터 탑재돼 시도 때도 없이 업데이트를 하면서 트래픽도 먹고 저장 용량도 먹는다”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아예 스마트폰 자체가 ‘짜증거리’라고 꼽은 이도 있었다. 최경희(33세) 씨는 “스마트폰은 사용하지만 데이터는 차단시켜놓은 우리 아빠처럼, 아빠에게 데이터 네트워크란 배터리와 돈 먹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과잉, 과잉, 과잉의 시대

바야흐로 과잉의 시대다. 정보도 기술도 과잉 상태다. 기술 개발 그 자체를 중시하는 기술공급자적 개발 방식은 여전하다. 사회적 필요와 괴리된 기술의 생산 과잉, 공급 과잉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한다. 약 3년 전, 셰리 터클 MIT 교수는 ‘기술 과잉에 태클걸기’를 주제로 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가 매일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소셜미디어는 우리를 감성적으로 게으르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둔감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감시 사회에 살게 한다.”

‘짜증나게 하는 IT 기술’을 단순히 사용자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각으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셰리 터클 교수의 지적처럼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는 데까지 해석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2015.03.31/ by 블로터 in 융합뉴스(http://www.techplusforum.com/)
키워드 : IT기술,과잉,짜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