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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간사이외국어대-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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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과 2012-08-27 15:49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 교환학생 후기

 

  

     영어학과 06학번 이*성

 

 

   일본 유학 전 나는 “동서아너소사이어티”(Dongseo Honor Society)를 통해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외국 유학생활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몸으로 느꼈다. 그건 단지 어학연수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나라 사람의 생활양식, 사고, 문화, 그리고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편견과 틀에 박힌 사고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 또 다른 나라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이하 ‘간사이 외대’)에서 두 학기 교환학생을 모집했다. “Asian Studies Program”에 속해 오전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아시아학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본에서 배우는 아시아학과 일본어라니, 나에겐 굉장히 매력 있었다. 거기다 수업 언어는 모두 영어. 간사이 외대에서 교환학생에게 원하는 것도 일본어가 아닌 영어 실력이었다. 영어가 전공이고 일본어는 겨우 기초 수준(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 선택)인 내게 이건 마치 ‘맞춤형 교환학생 프로그램’같이 느껴졌다. 교환학생 파견은 일본 동북부 지진 5개월 후인 2011년 8월이었고, 지진과 방사능 피해가 걱정됐지만 결국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교환학생에 지원하고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할 때 까지도 난 “일본이 어떠어떠할 것이다”라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 단지 난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 부풀기만 했다. 공항에서 학교 기숙사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 외국인 친구들이 날 반겼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다들 미국이란다. 교수가 아닌 ‘미국인 학생’은 실제로 처음 보는 거라 신기했다. 또, 처음 보는 일본의 고속도로는 왠지 모르게 “선진 국가의 고속도로 같다”는 느낌을 줬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한 기숙사가 있는 동네는 정말 작고 아기자기하였다. 작은 공원을 둘러 학교 기숙사 네 곳이 있고, 그 기숙사는 모두 일반 주택 밀집 지역 안에 있었다. 도우미한테 들어보니 기숙사 유학생들이 종종 밤에 시끄럽게 해서 주민들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렇지만 낮에 본 그곳은 정말 깨끗하고 소형차만 있는 고요한 동네였다.

   기숙사는 총 넷. 우리 기숙사 거주자는 재학생 도우미 3명, 재학생 룸메이트 6명, 관리자 2명을 제외한 약 50명 정도가 외국인이었다. 독일, 미국, 브라질, 스페인, 스웨덴, 영국, 캐나다, 핀란드, 홍콩 등 여러 나라 학생들이 왔는데, 우리 기숙사에 한국인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인은 전체 유학생 약 320명 중 3%에 불과했다. 미국 학생이 약 50%로 유학생 중 가장 많았다.

기숙사의 규칙이 다소 많았지만, 모두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수칙이어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재학생 도우미와 관리자, 룸메이트들은 유학생들 일본어 수준에 맞춰 일본어와 영어를 적절히 구사해줬고,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고 살가웠다.

   학교 수업이 시작되고, 일본에 오기 전부터 이메일로 연락 중이던 일본인 ‘스피킹 파트너’들과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인인 나와 ‘스피킹 파트너’로 맺어졌고, 이 친구들과 처음으로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주변 시내를 돌아보고 관광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본 사람들은 남녀노소 자전거를 탄다.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나도 자전거로 통학하고,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매일 아침, 저녁에 자전거를 타니 절로 체력관리도 되는 듯 했다. 또 일본은 역사와 문화의 보존에 이어 관광지의 유지, 관리는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지역이든 시내 곳곳은 이미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이고, 사찰, 특히 신사는 어디든지 있다. 또, 불법 주차, 정차는 보기 드물고, 대중교통 줄서기도 생활화 되어 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일본인들은 그야말로 ‘문화시민’의 본보기였다.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가 보겠다. 학교에는 지역 주민과 소통한다든지 재학생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무궁무진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 영어 캠프, 고등학생이 방문하는 오픈 캠퍼스, 재학생과 함께 하는 주변 도시 여행, 일본 음식 만들기, 유카타 입기, 일본 전통 무용, 무술 등 배우기, 문화유산 견학 등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부분 교통비만 부담하면 모두 무료이고, 견학은 보통 멀리가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금을 지원해 줘서 매우 싸게 갈 수 있었다.

   학교의 오전 일본어 수업은 언제나 흥미로웠고, 오후 아시아학 수업은 무척 유익했다. 교수가 대부분 미국 출신이어서, 북미와 일본을 비교하며 학문을 익힐 수 있었다. 수업도 토론, 체험활동, 연구 프로젝트, 견학, 발표 등으로 이루어져서 소위 ‘오감으로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미국 출신인데다 나처럼 영어에 부담을 느끼는 친구는 보기 힘들었고 수업도, 교재도 영어라 쉽지는 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을 다녀온 후 일본어 뿐 아니라 영어로 말하는 데도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쓰러 갔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간사이 외대에 합격한 순간 그저 당연히 미국 친구들 수준으로 영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한 노력이 많이 도움을 준 것 같다.    친구들이 20~30분 만에 읽고 넘어가는 내용을 나는 2~3시간 동안 줄을 긋고 정리하고 생각해 봐야 했다. 그렇지만 일본 유학 중에 공부만 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행사에 참여하고 경험하는 데 중점을 뒀고, 한국에 있을 때처럼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교실에서 배우는 즐거움도 만끽하고 교실 밖에서 얻는 경험에 감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나는 여러 나라 친구들이 나를 보고 한국을 판단할 것이라 생각해 행동과 마음가짐에 있어 신중하려고 노력했다. 친구들이 날 어떻게 봤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친구들과 연락이 잘 되는 걸로 봐선 내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본 것 같다.

   끝으로, 간사이 외대와 동서대학교가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앞으로도 후배들이 나처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에게 지도와 충고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신 영어학과 교수님들과, 교환학생 프로그램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도움 주신 국제교류센터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