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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3D프린트 시장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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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4 15:29


 

한국의 3D프린트 시장 미래



2005년을 기점으로 오픈소스 3D프린터 프로젝트 랩랩(RepRap)이 공개되었다. 쾌속조형기(Replicating Rapid-prototyper)를 줄여 랩랩(RepRap)으로 불리는 프로젝트는 영국 바스 대학교의 에이드리언 보이어(Adrian Bowyer) 교수가 처음 시작했다. 누구든 3D 프린터를 만들어 사용하게 하자는 목표아래 연구 내용과 설계도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는 오픈 소스 형태의 전략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랩랩 프로젝트 단순히 프린터 하나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3D 프린팅 문화를 만드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가정용 3D 프린터의 원형은 랩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소스에 기반한 DIY 3D 프린터는 출력 방식에 대한 특허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D프린터는 새로운 산업 분야로써 주목을 받아왔고 현재까지 그 시장은 꾸준히 팽창되고 있다. 국내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정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술의 역사가 30년이 될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그에 관련된 국내 원천기술 경쟁력 역시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선 초기 기술 개발 단계이고, 소규모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지원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4월에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 6월에 ‘3D프린팅제조혁신지원센터 구축계획’을 발표하며 국가지원책들을 마련했지만, 해외 주요국가에 비해 늦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D프린터 시장에서 한국은 2014년 시장규모 200억원, 장비 보급률 2%의 세계 8위권으로 분류된다. 미국, 독일 외에도 일본, 중국에도 보급률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 대한 정보 분석이 완전하게 다뤄지지 않았기에 시장 이해관계자들간의 정보격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주요 선진국 대비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 및 표준화 등의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3D 프린팅 산업에 있어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표준화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알기 쉽도록 관련 용어나 재료들이 표준화되어야 한다.


글로벌 3D프린터 양대산맥인 3D 시스템스와 스트라타시스 역시 양질의 저가 3D 프린터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국내 중견 상장 기업 또한 3D프린터 시장에 뛰어들며 국내 보급률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국내 전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3D 프린터로 물건을 출력하기 위해서는 3D 모델링(설계) 툴을 활용한 디지털 도면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공개된 무료 소프트웨어로는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없을뿐더러 상용화를 염두에 둔 시제품 제작이 어려운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고급 사양의 디자인 툴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소호(SOHO)나 창업자들이 3D프린터를 장만 했어도 무용지물이다. S/W가 없는 H/W도입은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영국은 초ㆍ중ㆍ고교 정규 교육과정에 3D 모델링 교육을 포함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지만 국내에서는 관심 있는 사람조차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최근 정보통신 산업진흥원 주관 아래 인텔리 코리아에서 1월부터 시작한 Cadian3D 3D프린팅 전문강사 양성 교육을 기술 교육이 진행되었다. 필자도 교육의 일부를 참가했고, 참가자들의 열의가 매우 높았다. 이 회사에서 3D융합산업협회를 통해 전반기 안에 3D프린터 전문가 심화과정을 개설, 전국 초중고교에서 필요로 하는 시간제 예비강사를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는 3D프린팅의 수요공급 사회적 저변이 합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육 이후의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미풍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글로벌하게 3D 프린팅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지만 아직 국내 산업은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 3D 프린터, 디자인ㆍ저작SW, 3D 프린팅 서비스 등 관련 생태계를 모두 주요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다. 3D 프린터의 경우 스트라타시스ㆍ3D시스템스 두 미국 기업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이 두 기업은 활발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경우 이스라엘 3D프린터 기업인 오브젯(Objet)을 인수함으로써 세계 1위로 우뚝 서 올랐다. 2013년엔 개인용 3D 프린터 회사인 메이커봇(Makerbot) 사를 인수함으로써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 내의 입지 넓혀가고 있다. 3D 시스템스 역시 비트프롬바이트, 큐비파이사를 인수, 개인 프린터 시장에서 50%의 점유율 차지하고 있다.










최근 1년간 특허 거래가 가장 많은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 처리 기술(Computer Graphics Processing)이다. 최근 1년간 거래된 특허 수는 24건, 주목 기술 Top9 중 가장 높은 수치이고 3D 시스템스사에서 27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신도리코, 하이비젼시스템, TPC 메카트로닉스 등 중견 코스닥 기업이 3D프린터 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인수 합병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산업용 3D프린터 제조업체는 캐리마 또는 인스텍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공압기기 및 모션컨트롤 전문기업인 TPC메카트로닉스는 국내 3D프린터 제조업체인 애니웍스를 8억원에 인수하며 3D프린터 시장에 진입했다. FDM 및 SLS 방식의 특허 만료로 인한 중소 후발주자들의 R&D 및 특허 기술 확보 경쟁이 시작되었다. 중국발 3D프린터 하드웨어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과거엔 고가라는 이유로 영세기업, 일반가정 등이 보유하기는 어려웠으나 최근 가격하락으로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당분간 3D프린터 하드웨어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될 것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별 기업들은 높은 성능과 기능성, 품질을 가진 제품 출시를 본격화 할 것이다. 델은 메이커봇과 손잡고 메이커봇 3D프린터와 3D스캐너 모델을 재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3D 프린터 유통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거물급 기업이 3D 프린터를 갖고 기업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같이 향후 5년 이내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온,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3D프린터 본격적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 HP의 3D프린터 시장 진출 선언이 더욱 눈에 띈다. 전통 프린터 시장의 공룡기업인 HP의 진입으로 인해 3D 프린터 시장 내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막대한 자금, 수십 년간 쌓아온 첨단 프린터 기술, 전세계로 뻗어 있는 유통망만으로도 기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과거 HP는 현 3D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스트라타시스와 합작하여 디자인 젯(Design Jet)이라는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그러한 경험에 기반하여 기존 3D프린터에 비해 10배 빠르고,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멀티 제트 퓨전(Multi Jet Fusion)을 발표한 것이다.


3D프린터의 주요 사용 목적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쓰여졌다면, HP의 3D프린터는 제품 자체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품질의 수준을 높였다고 한다. 구체적인 3D프린터 가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2016년 중반 이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같이 선보인 3D 스캐너를 탑재한 데스크톱PC인 스프라우트(Sprout) 또한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3D스캐너를 통해 입력된 데이터를 터치매트에 표시하고 손으로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함으로써 혁신적이며 우아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13년 기존 성장률 49%, 판매대수 56,507대 육박 하였고, 2014년 75% 이상 성장한 98,065대 달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3D 프린팅 산업이 소비재, 산업용 제품에 높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는 출하량 2014년 10만 8150대 육박, 2015년 두 배 늘어난 21만 7350 증가할 전망했다. 현재 상당수의 제조사들이 제품 개발에 3D 프린터 활용 중이다. 빠른 시제품 및 커스텀 파츠 생산을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펌인 PwC에서 100대 톱 제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진행했다. 응답 기업의 2/3가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른 시제품 제작, 커스텀 파츠 생산 등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실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 단계라고 응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제품 제작은 앞으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최종 제품 및 부품 생산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3D프린터 시장에 한국의 진출이 전체적으로 늦은 느낌이 강하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적극적인 개입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 시 아직 미흡한 부분은 인정하고,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반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체 S/W 개발이나 교육 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3D 시스템스, 스트라타시스 등의 기업은 M&A를 통해 점유율 및 특허권 확보 중이다. 한국은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국내 특허 및 강소 기업을 보호할 정책이 필요하다. 제조업 혁명을 선도할 3D 프린팅 기술과 연관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려 견실한 경제선순환 구조를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