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43
2023-11-06 14:10
전후일본의 역사인식
이오키베 가오루 외 지음 |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옮김 | 352쪽 | 산지니 | 2만8000원
“전쟁과는 관련 없는 우리 후손들에게 계속 사죄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2015년 아베 신조 총리가 발표한 ‘전후(戰後) 70년 담화’는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보이지 않아 동북아 국가들과의 향후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 책은 그 역사인식 문제를 정치외교사적 관점에서 재검증할 목적으로 2017년 일본에서 출간된 것이다. 동아시아에선 역사가 역사인식을 만들 뿐 아니라 역사인식이 역사를 만드는 일도 일어난다는 생각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은 전쟁 전 ‘승자의 역사인식’과는 다르게 ‘가해자’ ‘피해자’ ‘패자(敗者)’로서의 인식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 세 가지 인식의 관계를 파악해야 일본의 역사인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패배로부터 회복하는 일, 피해자로서의 반전(反戰) 감정, 가해자로서의 반성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런 속에서 혐한 분위기나 정치인의 망언 역시 곧잘 불거진다. 필자 중 한 명은 “자신에겐 두 배 겸허해지고 상대에겐 두 배로 관용을 베풀어야 더 냉정하게 한일 관계의 현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