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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4.05.06] [중앙로365] '정글' 속 한국의 생존과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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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09:45


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2024년 현재 국제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래 최고의 혼돈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유럽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채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중동 지역에서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이 시작한 가자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제노사이드(대량 학살)급 공격이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오랜 ‘그림자 전쟁’이 군사 공격으로 전환되면서 5차 중동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렇듯 국제 질서가 ‘신냉전’으로 변화하면서 국제 사회의 본질인 정글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 사회는 최고의 혼돈 상황
지구촌 전쟁 등으로 ‘신냉전’으로 변화
북한, 정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경제, 군사 분야에서 지원 확보해
과거 성과 자화자찬만 할 게 아니라
윤 대통령 외교안보정책 재구성 필요

이런 시점에 한국은 어떻게 생존과 번영을 확보할 것인가?

먼저 북한의 움직임을 보자. 북한은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온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통일을 전제로 한 특수관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올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외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중국·러시아와의 연대 및 미국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제시했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지하고, 러시아에 상당수의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 그 대가로 연료와 물자를 지원받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동결돼 있었던 계좌에서 900만 달러(119억 원)를 인출했다. 북한 경제에 내린 ‘단비’이다. 또 불안한 중동 정세를 배경으로 북한은 오랜 우방 이란과 탄도미사일과 핵기술 분야 협력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초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김정은이 직접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는 등 일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북한은 ‘신냉전’이라는 국제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 군사 분야의 지원을 확보한 것이다.

한편,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축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힘을 통한 평화’에 근거한 억지 정책을 펴고, 한미일 3국 군사 공조는 물론 나토를 포함한 주요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까지 강화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동맹 및 서방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지난 2년(2022~2023년) 동안 총 16회 25개국에 걸쳐 해외 순방을 했다.

이렇듯 열정적으로 해외 순방을 수행해 온 대통령이 4·10 총선을 50여 일 앞둔 2월 13일 독일·덴마크 국빈·공식 순방을 급거 취소했다. 국내 선거를 우선시해 외교 결례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참패했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후반으로 떨어졌다. 또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레임덕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흥미로운 점은 총선 직후 개최된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자신의 큰 외교적 치적으로 강조한 사실이다. 1년 전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국무회의(2023년 5월 16일)의 발언과 같았다. 지난 2년 동안 급격하게 변해 온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이 대통령의 인식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4월 25일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 #대한민국#대통령#윤석열’을 게재했다. 중국 견제와 한미일 연대 강화를 목적으로 임명된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이 행한 “윤석열-기시다 노벨평화상 감” 발언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그 이유 역시 취임 초기에 행한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관계 조성과 견고한 한미일 협력 체계 출범’이었다.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한국에 있어 튼튼한 한미 관계와 안정적인 한일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게 될 북한-중국-러시아 연대의 고착화 차단도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중국 및 러시아와 소통해야 한다.

또 북한의 한국 배제 전략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억제 전략과 함께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일은 과거의 성과인 한미 관계, 한일 관계에 대한 자화자찬이 아니다. 정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이 생존과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정책을 재구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