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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오션 뷰 컬럼) "부산, 글로벌 해양도시 가능한가" 한철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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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류학과 2022-03-28 09:00

(부산일보 오션뷰 컬럼) "부산, 글로벌 해양도시 가능한가" 한철환 교수
                  |  한철환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차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산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가덕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지원, 산업은행 이전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부산의 글로벌 해양 허브와 금융중심지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시대에 해양이 부산의 미래 전략 자산 중 하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해양수도’라는 말이 선거철 정치권의 선심성 구호에 그치고 부산시민에게는 희망고문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과연 부산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전이 가능할까?

올해 부산 세계 순위 10위권 밖 평가

항만 물동량·조선산업 경쟁력은 높아

가덕신공항 등 육해공 물류체계 필요

해양 금융·기술·법률 서비스 강화해야

이와 관련 최근 노르웨이 컨설팅 회사인 메논이 발표한 ‘세계 해양도시 보고서 2022’가 시선을 끈다. 이는 세계 50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해운서비스, 해양금융 및 법, 해사기술, 항만물류, 도시 매력도(경쟁력) 등 5개 분야에 대한 정량평가와 280명에 달하는 전문가 설문을 통한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글로벌 해양도시 순위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 최고 해양 허브도시는 싱가포르다. 이어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순이었다. ‘향후 5년 뒤 세계 해양 허브’ 평가에서도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싱가포르항만공사(PSA) 사장을 역임한 앤드류 탄은 해양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성공 요인을 네 가지로 꼽았다. 첫째, 해양산업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다. 싱가포르는 국제교역 허브가 되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우위를 기반으로 항만, 공항(창이국제공항), 금융이라는 삼각편대를 생존전략으로 삼아 세계적 해양 허브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 입각해 해양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아스(Tuas) 메가포트 프로젝트(화물 처리능력 6500만TEU)도 디지털 시대에 부응해 스마트 그린항만으로 건설하고 있다. 셋째, 끊임없는 혁신성과 경쟁력 유지이다. 오늘날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클러스터를 구축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클러스터에 기반한 세계적 수준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 따른 결과다. 넷째, 노사정 협력체계를 통한 해양 공동체 조성이다. 싱가포르해운항만청(MPA)은 PSA, 기업, 협회, 노조 등과 동반자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산업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강력한 해양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그렇다면 부산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9년 세계 10위(아시아 5위)에 선정되었으나 올해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해운서비스 부문에서 해운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세계 12위)이 오히려 부산을 앞질렀다. 그야말로 부산은 해양수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해양금융 부문에서도 부산은 뉴욕, 런던, 도쿄 등 전통적 강호들과 최근 선박금융 진출이 증가한 중국 은행들에 밀려 변방에 머물고 있다. 항만물류 부문의 경우 화물 처리량에서 한때 세계 3위를 자랑하던 부산항은 중국 항만들의 부상으로 세계 7위까지 떨어졌고, 부산에 본사를 둔 글로벌 부두운영회사(GTO)가 전무한 관계로 중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싱가포르항의 PSA 인터내셔널, 상하이항의 COSCO, 홍콩항의 허치슨, 로테르담항의 AMP터미널, 두바이항의 DP월드 등 세계적 항만들이 글로벌 부두운영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조선 관련 산업, 선박량, 특허권 수, 해사교육기관 등으로 평가한 해사기술 분야에서 싱가포르와 오슬로에 이어 부산이 세계 3위를 차지한 것은 위안 삼을 만하다. 종합해 보면 부산은 조선 관련 산업과 항만 물동량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선박금융, 해사법, 해사중재 등 해사서비스 분야에서는 세계적 도시들과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람, 화물, 정보가 원활히 교류될 수 있는 육해공 물류 인프라 구축,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 법률, 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이다. 이를 통해 직주일체형의 매력적인 도시를 조성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할 때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이 가능할 것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싱가포르의 존재 이유는 항만에 있으며 ‘해양 싱가포르’를 발전시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기회를 만들어 포착하고,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을 꿈꾸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출처: 부산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82/0001147891?lfrom=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