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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4.07.29] [중앙로365] 미국 대선과 북한의 '상대적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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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3

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사실상 해리스-트럼프 간 맞대결 확정
조선중앙통신 “결과 상관없다” 표명
미국과 관계 개선 그 절박함은 감소

러 지렛대 삼아 경제 재건 등 원해
미 대선 후 마주할 북한 힘 얻을 것
한국 외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대결로 시작된 미국 대선이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의 맞대결로 확정됐다. “해리스는 좌파 미치광이”, “트럼프 같은 극단주의자”라는 발언들이 상징하듯, 두 후보는 내전과도 같은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든 오는 11월 5일 탄생할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은 초강대국 수장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며, 외교 정책은 변함없이 한반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은 물론 북한도 미국 대선에 초미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월 2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미 대통령 후보와 어떠한 연결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나름의 ‘체면’ 지키기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전쟁 이래 70여 년간 미 제국주의 타도를 끊임없이 외쳐왔으며, 지난 30여 년 동안은 핵무기를 수단으로 미국에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해리스보다는 트럼프의 당선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하며 바이든의 대북 확장 억제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최초로 2018년과 2019년에 연달아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으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북한과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내심 북한은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과감한 빅딜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해 주길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대통령이 누구이든, 북한에 있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절박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반복된 미국과의 협상 실패이다. 1994년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은 경수로 2기를 제공한다는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으나, 미 대통령이 민주당 빌 클린턴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로 바뀌면서 파기됐다. 또 2019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른바 ‘세기의 담판’은 황망한 결과로 끝났다. 이후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한다.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 갱생으로, 외교는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배경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는 북미 수교의 절박함을 감소시키는 두 번째 이유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옛 소련은 1948년 북한 정권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한국전쟁을 지원하는 등 후견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소련은 1990년 9월 북한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배신이었다. 이후 악화 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계기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0년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양국은 세기적 혼란과 경제적 질곡을 경험한 동병상련 관계였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러 관계는 긴밀해졌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두 달 후인 2019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 풀 꺾인 2023년 9월에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행했다. 또 올해 6월에는 푸틴이 러시아 최고지도자로서 처음 북한을 방문해 제3차 정상회담을 행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치, 경제, 군사, 외교면에서 매우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김정은과 푸틴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간 유대를 탄탄히 했으며, 북러 고위급 전략대화를 개최하는 등 군사적 협력에 필요한 채널도 마련했다. 또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탄약, 로켓, 미사일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가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현금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에 필요한 정유, 가스, 식량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관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동결해 온 북한 자산 중 약 900만 달러를 해제해 북한에 넘겨주었고,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을 행사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을 종료시켰다. 이렇듯 러시아는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핵무기와 경제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고자 한다. 대선이 끝난 후 미국이 마주할 북한은 이전보다 담대해지고 힘을 얻은 북한일 것이다. 한국 외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