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자격증 빨리 따자 … 지방으로 ‘유학’ 떠나는 취준생들
지난 5일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이 진행된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응시생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비행 준비 완료! 시동! 프로펠러 확인, 이상 무! 이륙!”
구직난에 자격증 따려는 사람 늘어
전국 14곳 교육기관 수강생 꽉 차
의무교육 60시간 빨리 채우려
교관 많은 지방에서 합숙하기도
지난 5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 무인비행장치(드론) 실기시험 응시생 윤모(33)씨가 또박또박 말을 한 뒤 조종기를 만지자 드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취업준비생 윤씨는 드론 시험을 위해 전날 영암에 내려와 하룻밤을 묵었다. 윤씨는 “자격증을 따려고 2주간 영암에서 지낸 뒤 집에 돌아갔다가 시험 일정에 맞춰 다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이 진행된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응시생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이 넘는 거리의 농촌 지역 영암을 찾아온 응시생은 윤씨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시험을 본 7명 중 4명이 광주ㆍ전남이 아닌 타 지역에 살고 있다. 주로 서울ㆍ경기 지역이다. 이른 아침 시작되는 드론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이틀 또는 하루 전 영암에 온 것이다.
구직난 속에 드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방까지 ‘드론 유학’을 떠나는 취업준비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드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5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열린 드론 자격증 취득 실기시험에 앞서 교관들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주요 드론 전문교육기관의 수강 및 자격증 시험 인원이 꽉 찬 상태다. 국토부 지정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수료하면 학과(필기)시험이 면제된다. 드론 자격증은 학과시험과 실기시험(구술ㆍ실제 비행)을 통과해야 발급된다.
드론 전문교육기관은 서울ㆍ경기 지역 7곳을 비롯해 전국에 14곳이 있다. 수도권 거주 취업준비생들은 드론을 배우려고 타 지역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조금이라도 빨리, 저렴하게 드론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열린 드론 자격증 취득 실기시험에 앞서 교관들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드론 전문교육기관은 모두 60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 이론 20시간, 모의 비행 20시간, 실제 비행 20시간 등이다. 이들 교육기관은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5주에 걸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항공법규부터 드론의 기체 상태를 점검하는 요령, 띄우고 착륙하는 조종 방법 등을 배운다. 드론 전문교육기관별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간은 국토부의 인가 사항이다.
의무 교육은 60시간으로 동일하지만 해당 교육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드론의 수, 수강생을 가르칠 교관이 많을수록 교육 기간은 짧아진다. 구직난 속에 하루가 급한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속 강의로 2주 또는 3주 만에 60시간의 교육을 끝내주는 교육기관을 선호한다. 지방까지 드론 유학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 5일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이 진행된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응시생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수강료도 중요한 요소다. 드론 전문교육기관별 수강료는 30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방의 수강료가 수도권 소재 교육기관에 비해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전남 영암 소재 ‘에어콤’의 경우 310만원, 전북 전주 소재 ‘새만금항공’은 360만원이다. 일부 수강생들의 경우 지방의 교육기관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2~3주간 합숙을 하거나 모텔 생활을 하며 교육을 받는다. 드론 자격증을 따면 주로 농촌 지역에서 방제 작업 또는 씨앗 뿌리기를 하거나 측량 전문가, 드론 교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전문 교육기관은 8월까지 수강생이 모두 찬 상태다. 교육기간이 짧고 수강료가 저렴한 몇몇 교육기관은 지금 신청해도 9월 중순에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드론 교관 김민철(38)씨는 “드론은 농약 살포부터 항공 촬영, 범죄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 취업에 대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이 진행된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응시생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자영업자도 드론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영암에서 치러진 드론 실기시험에 응시한 7명 가운데에는 현직 경찰관, 패션 디자이너도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2명, 30대 1명, 40대 2명, 50대 2명 등이다. 응시생인 패션 디자이너 김고슬(31ㆍ여ㆍ경기 성남)씨는 “패션 업계 전망이 불투명해서 추후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 가능한 드론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고 말했다.
드론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5년 311명, 지난해 738명에 이어 올해는 5월 말 현재 875명이 실기시험을 봤다. 합격률은 55% 안팎이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은 한 달 평균 4회이던 교육기관별 실기시험 일자를 최근 각 이틀씩 추가했다. 또 연내에만 6곳의 전문교육기관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지난 5일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이 진행된 전남 영암군 영암읍 인조잔디축구장에서 응시생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교통안전공단 항공시험처 김진욱 과장은 “드론 자격증 실기시험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도전하고 있다”며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배우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영암=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출처: 중앙일보] 드론 자격증 빨리 따자 … 지방으로 ‘유학’ 떠나는 취준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