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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디자인으로 여는 포용의 장 차이를 삶으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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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5-10-12 15:15

디자인으로 여는 포용의 장 차이를 삶으로 잇다

출처 : 광주매일신문. 최명진 기자 2025.10.1 https://v.daum.net/v/20251001194914218

<포용디자인 8선으로 본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발달장애 청년들 소셜팜부터

지역 대학생 참여 프로젝트까지

기능적 편의 넘어 감각·공존, 미래 상상으로 이어지는 시선

토스 유니버설 디자인팀 ‘일상을 잇는 도구들’

놀공 ‘포용도감’

서울대 디자인과 ‘아누 리포셀린 폐도자기 순환 시스템과 지속가능한 제품화’

팽민욱 ‘스시 2053’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

푸르메재단 ‘세상에 없던 일자리를 디자인하다’

KAIST 무블랩x엔젤로보틱스 ‘WSF1 비전 컨셉’

동서대 환경디자인과 ‘외면과 왜곡된 시선’

지난 8월30일 막을 올린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개막 한 달을 지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재)광주비엔날레가 12년 만에 다시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19개국 16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차이를 창조의 힘이자 이해의 통로로 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는 오는 11월2일까지 65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이어진다.

포용디자인은 장애, 연령, 성별,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원리를 강조한다. 가족 단위 관람은 물론 장애인 단체 관람객들의 호응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활용품부터 모빌리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 네 가지 키워드로 포용디자인을 조명한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 개선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생활 속 장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다른 감각을 환기시킨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 곳곳에서는 포용의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작업 배경과 의도를 설명하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일상 속 포용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길 기대하고 있다.

동서대학교 환경디자인과 양성우·이재환 팀은 텐트를 모티프로 한 작품 ‘외면과 왜곡된 시선’을 선보인다. 양성우씨는 “텐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모티브로 삼았다”며 “작품을 볼 때는 먼저 글을 통해 텐트 속 행위를 짚어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중점적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작품은 “포용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굴해 보여주는 작업”이라며 그 의미를 함축해 다섯 글자로 ‘묻힌 목소리’라고 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놀공의 임혜련·피터리 팀은 게임 형식을 활용한 ‘포용도감’을 소개했다. 이들은 “도덕이나 무거운 담론에 머무는 대신, 좀비나 B급 정서 같은 대중적 요소를 차용해 포용을 즐겁게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구하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해 ‘포용 행동’ 세 가지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토스 유니버셜 디자인팀의 김유라는 시각장애인 인터뷰어 5명의 이야기를 담은 ‘모두의 세계, 각자의 도구’를 준비했다. 김유라씨는 “시각장애인이 일터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도구와 경험을 담았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삶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며 “토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도록, 인터뷰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도록 가장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대표는 발달장애 청년 55명이 일하는 여주 지역의 ‘푸르메 소셜팜’을 소개한다. 청년들의 바람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차를 사드리는 소소한 소원에서 언젠가 자신만의 카페를 열고 싶다는 꿈까지 다양하다. 그는 “토마토를 재배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함께 봤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일할 수 있는 권리와 행복한 일터”라고 강조했다.

호남·제주 지역 대학생들이 참여한 광주송정역 디자인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코디네이터 최태욱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무인매표대는 휠체어 이용자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정했다”며 “무음 공간 벽면에는 무등산과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을 시각화해 담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도시의 주요 거점 공간을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무블랩은 하지마비 장애인도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WSF1 비전 컨셉’을 출품했다. 박현준 KAIST 교수는 “착용자가 슈퍼히어로처럼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한번 하지마비 장애인의 입장을 상상해 보면 이 로봇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입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살려 의료 기구라기보다 멋진 스포츠 기구, 개인형 모빌리티로 보이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영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팽민욱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실체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소 2053’은 해양 생태계 변화 속 돌연변이를 상상해 초밥 시리즈로 풀어냈다. ‘불균형 시소’는 좌우 무게가 달라 혼자서도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원래는 둘이 타야 하는 시소가 ‘함께할 수 없음’의 구조로 바뀌면서, 관계가 단절될 때 배제의 경험이 더 선명해지는 상황을 상징한다. 그는 “관람객들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문제의식과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디자인과는 ‘포용 디자인은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는 관점을 중심에 뒀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구성된다. 사용자 편의와 경험 향상에 중점을 둔 ‘개인의 삶을 위한 디자인’과 물성과 사회 맥락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이다. 이들은 “9가지 키워드를 제시해 관람객이 전시를 경험하고, 마지막에는 인터랙션 미디어로 자신의 실천 의지를 확인하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작품이 담고 있는 포용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포용을 재해석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터를 비추며, 혼자 설 수 있는 이동수단을 제안하는 등 작품마다 담긴 메시지는 구체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는 포용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이자 함께 실천해야 할 과제임을 전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