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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5-11-26 10:39
“지역의 본질을 디자인하다, 올드뉴스 이승엽 디자인대학 동문 인터뷰”
AI 시대 속에서도 ‘직접 그리는 디자인’을 고집하는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졸업생의 작업 철학

< 2025 부산디자인페스티벌 올드뉴스 홍보 부스, 이승엽 대표 >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해운대 달맞이에서 로컬 디자인 스튜디오 <올드뉴스>를 운영하고 있는 졸업생 이승엽입니다. ‘OLD IS THE NEW’의 준말인 올드뉴스는 오래된 본질 속에 숨겨진 새로운 형태들을 찾아내는 것에 몰입하며 시각&영상 디자인을 기반으로 지역의 다양한 유·무형 자원들을 매력적인 디자인 콘텐츠로 가공하고 있습니다.
다른 디자인 전공들에 비해 디지털 기반의 디자인은 경계가 연하고 넓기 때문에, 학생 때는 전공 안에서 더 깊은 전공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 선택을 하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경험한 것이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당장의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스스로 근거와 노력의 부족함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의 시간은 단순히 기능적인 디자이너에서 사고하는 디자이너로의 성장을 주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존경하는 후배의 제안으로 센텀에서 미디어파사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시작했고, 이 시기(2011년경) 우리나라에서 미디어파사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서울 쪽 일을 많이 하면서 뉴미디어 콘텐츠가 시장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소비되며 확장해 나가는지를 직접적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 올드뉴스 대표 포토폴리오 >
개인적으로 창업을 하게 된 건 정확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스스로 책임지고 싶었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직원으로 근무하며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최선이 100%는 아니었고 100%가 아니었기에 결과와 책임도 100% 지지 못하는 구조가 개인적으로 불편했습니다. 특히 잘되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를 100% 뭐라 하고 싶었습니다. 직원일 때는 회사 탓, 대표 탓을 하며 비겁하게 뒤로 숨을 수 있었다면 창업은 내가 회사고 대표라 변명할 수 없다는 점이 창업을 선택한 가장 본능적인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반대로 스스로 비즈니스의 형태를 세팅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자유이기도 합니다. 내가 산 책상, 내가 뽑은 직원, 내가 하는 디자인 모든 것이 자유이고 책임인 것이 제 창업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의 계기가 되었던 <대평동, 깡깡이마을> 지도 제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작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사업자도 없었고 창업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지만 그 작업을 통해 지역에서 디자이너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만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살리는 디자인을 위해 골목마다의 개성 있는 풍경과 연한 기름 냄새, 그리고 작업장의 소음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깡깡이마을을 계속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과정에서의 성실함이 디자인 결과물에 그대로 나타나기에, 부족하지만 선을 그리고 색을 넣는 디자인 작업 전 리서치와 기획 단계에서의 고민의 시간이 올드뉴스만의 강점이라면 강점입니다.

< 대평동 깡깡이마을 Map Design >
디자인 소스를 쓰지 않습니다. 특별한 철학이나 원칙이라기보다는 그릴 수 있으니 그리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다 보니 그리는 게 올드뉴스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었고 그리는 노동의 가치로 10년을 버텨왔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그리는 노동의 가치가 AI를 통해 없어진다는 불안과 위기감이 크지만 그리는 노동을 잘하는 사람이 AI 환경에서 더 유리할 수 있기 위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누구나 AI로 디자인하는 시대에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하는 디자인은 무엇이 다르고 그 다름의 격차와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 디자인을 전공한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을 하면서 전공자로 도움이 되었던 대학에서의 순간은 당연히 과제입니다.
한 학기당 전공과목 기준 5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다면 4년 동안 최소 40개의 과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40개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몰입감과 결과물의 완성도가 미래 자신의 직업의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학생 때는 수업과 과제의 좋고 싫음을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취향으로 과제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의 과제를 잘 해내야 합니다. 시작은 어려웠던 과제도 끝까지 풀다 보면 어려웠던 만큼 큰 배움과 성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올드뉴스,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디자인 >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의 디자인 업계는 관계의 연속입니다. 좋은 디자이너란 결국 타인에 대한 관심이 기본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의 형태를 정확히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 관심과 관계는 따로 수업이나 과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공 스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관계 스킬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합니다. 스킬은 누구나 배우면 일정 수준까지 빨리 올라올 수 있지만 신뢰와 관계는 오랜 시간 쌓아야만 얻을 수 있는 자산입니다. 저는 디자인의 퀄리티는 기술이 만들지만 기회와 방향은 결국 관계가 만든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