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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4-04-17 13:33
나는 최근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작품이 그저 거인과 인간이 싸우는 내용인줄로만 알았으나, 전체적인 흐름을 보니 어느 섬에 사는 민족과 대륙에 사는 민족이 서로를 증오해 타 민족을 학살, 억압하고 그에 대한 복수가 다시 복수를 낳아 결국 비극을 낳는 그런 이야기였다. 작 중 몇몇 인물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평화로운 방법을 찾지만 그들을 향한 깊은 증오라는 큰 벽에 부딪쳐버린다. 증오는 상대를 이해를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고 결국 커다란 비극을 불러왔다. 나는 이 이야기가 우리 동아시아와 다소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자신의 민족을 위해 타민족을 억압하고 학살했던 역사, 무자비한 억압으로 많은 희생을 낳은 역사, 자신을 억압하는 민족을 증오하고 복수를 꿈꾸는 역사. 이 증오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그 끝은 비극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증오의 역사를 끝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용서하는 일 밖에는 없다.
현재 내가 소속되어 있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이 바로 동아시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중일 학생들은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동캠퍼스를 통해 서로의 나라를 직접 찾아가 온몸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이렇게 직접 상대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과 같이 어울리며 살아보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빠른 지름길 일것이다.
나는 현재 캠퍼스 아시아학과의 1학년으로 2학기를 보내고 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이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으로 정말 많은 인연을 만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상 깊었던 활동을 몇가지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LOL활동, 동아시아 지역세미나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LOL활동은 한국 학생과 중국,일본의 유학생이 2인 1조로 파트너가 돠어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공부를 하거나 여러 장소를 방문하는 등의 교류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1학기와 2학기 모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두명의 일본인 파트너를 만났다. 1학기에 만난 일본인 친구는 사세 미사키라는 이름의 3학년 학생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스스럼 없이 나를 대해주었다. 적극적인 미사키의 태도를 보며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평소 일본인은 대부분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미사키를 만나기도 전에 이 친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고정관념에 쌓여 같은 나라 사람이라도 개개인의 특성이 있고 각자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내가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미사키와 LOL 활동을 하면서 추천하는 일본의 장소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한국과 일본의 생활은 어떻게 다른지, 힘들거나 좋았던 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 일본의 식전인사를 실제로 보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작은 것도 소중히 여가고자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2학기에 파트너가 된 친구는 후타츠바시 레이라는 2학년 학생으로 정말 한국어가 능숙한 학생이다. 거의 모든 대화가 한국어로 매끄럽게 흘러가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고 공부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열심히 노력해 내년의 이동캠퍼스에서 외국 학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는 감천 문화을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해운대에서 요트를 타며 부산을 만끽하기도 했다. 또 일본어 작문 과제를 할 때는 레이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며 알찬 활동들을 하고 있다.
내가 이 활동으로 가장 크게 깨달았던 것은 국가만 다를 뿐 우리는 서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명 한명의 대학생이고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점도 조금은 있겠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는 관심사도 비슷하고 공감대도 비슷했다. 이렇게 각자 민족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더라도 서로 마음이 잘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무척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동아시아 지역세미나 수업은 1학년 한국 학생과 3학년 중국, 일본 학생이 함께 팀이 되어 동아시아의 여러 분쟁과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한 후 토론하는 수업이다. 나를 비롯한 1학년 한국 학생들은 팀원들의 한국어 작문을 봐주거나 한국 자료를 함께 찾고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검토하였는데 서로의 말이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아는 외국어 단어를 섞거나 더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그렇게 준비한 발표를 마친 후에는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팀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고 팀이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중국 학생은 한국,일본의 입장 일본의 학생은 한국,중국의 입장으로 조사하고 발표 및 토론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자기 나라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봤을 우리가 서로의 입장이 되어 조사하고 토론을 나눠보니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역지사지의 방법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아시아 세미나라는 수업을 통해 3국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다양한 생각과 입장에 대해 들어 볼 수 있다니 이런 경험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값진 경험일 것이다.
이 활동들 외에도 기숙사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과 저녁 내내 중국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던 일, 워크숍에서 한중일 학생이 하나가 되어 높은 탑을 쌓았던 일, 학기 말에 유학생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았던 일,선배들과 멘토멘티 활동을 하며 공부와 학교생활에 도움을 받았던 일, 학교 특강으로 들었던 조선 통신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 동기와 함께 조선통신사 축제에 봉사자로 참여 했던일, 한중일 친구들에게 다양한 언어로 생일 축하를 받았던일 등 여기에 전부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캠퍼스 아시아는 민족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캠퍼스 아시아 같은 프로그램이야말로 동아시아의 이해와 평화의 열쇠가 아닐까?
앞으로 우리가 자라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자리에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함께 나아가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너머엔 동아시아의 증오의 역사의 종결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이 있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