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

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


2017년 CAMPUS Asia 사업 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캠퍼스아시아프로그램 2기생 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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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4-06-10 13:30

지도에, 마음을 놓다
2017학번 손수*

열 아홉 CAMPUS Asia를 꿈꾸다

스무 살, 모든 것에 설레었던 그리고 교복을 막 벗어둔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첫 걸음을 망설이고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세상 모든 걱정과 불안을 어깨에 앉힌 열아홉의 나는 여는 아이들처럼‘합격’이라는 이 두 글자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만 했던 그 때의 회의감은 스스로에 대한 책망과 불신으로 얼룩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야만 했던 날들로 그저 흘려보냈다. 그러던 중 하루, 정말 평범하고 별다를 게 없었던 그 날. 나는 CAMPUS Asia를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 손에 들린, 형광 펜 별로 가득 찬 신문지 한 장. 첫 인상은 그랬다. 시간의 늘어짐과 벅차오르는 희열. 영화 속 한 장면의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먼, 이를테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 해도 좋을 그 때의 감정은 무난한 무채색과 같았다. 그저‘어, 여기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신문과 블로그 그리고 학과 홈페이지까지, 관련된 정보를 찾고 또 찾기 시작했고 신선한 충격에 흠뻑 젖어있는 나를 발견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들로 둘러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 손에는 어느새 동아시아학과 17학번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들여 있었고, 싱그러운 햇살과 살랑대는 바람으로 마음은 무척이나 부풀었다높다란 경사를 걸어 올라가는 길나는 여전히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조금은 후회 섞인 한숨을 늘어놓았다그로부터 정확히 9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과거의 나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다너는 후회(後會)를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들의 CAMPUS Asia

아시아 시대. 특히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협력 체제는‘공동체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 각 분야에서 이뤄지는 싱크탱크 이른바 컨소시엄 체계는 동아시아 성장의 거대한 메카니즘으로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진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의 운명 공동체는 거대한 그림자가 될 수 있다. 각 국가의 문화를 다원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공통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성을 억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시아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인적자원의 개발을 위해 CAMPUS Asia는 다양한 형태의 자율적 커리큘럼을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Joint Campus 형식으로 진행되는 동서대학교, 리츠메이칸대학교, 광동외어외무대학교는 3,4학년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타 학교와 달리 한 학과로서 운영된다. 때문에 본 캠퍼스인 한국 그리고 이동 캠퍼스인 중국과 일본에서의 교육과정으로 나뉘게 된다. 현재 1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는 파견 전 교육으로 어학 공부(중국어와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의 문화 및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2,3학년 때는 파견되는 이동 캠퍼스에서 해당 국가의 문화와 지역학과 같은 인문학적 지식을 탐구하고 4학년, 한국으로 돌아와 전문 교육과 해외 인턴십을 통해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강화하게 된다. 졸업논문과 함께 TOEIC 850, HSK 6, JLPT 1급을 모두 만족 시키면 사회로 나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또한 재학 중에는 GLLP(Gloval Living-Learning Program)연계된 대학교의 외국인 선배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 시절우리가 좋아했던 나날

6월 24일과 7 30그렁그렁 맺힌 눈물과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은 이제 막 한 학기를 끝낸 여름방학 무렵이었다그 날은 눈부시게 날씨가 화창했던 날이고 뒤 이은 일정은 즐거운 여행길이었지만비행기의 구름 자국이 사라질 때까지 마음 시리던 날이었다. 3월 우리는 처음 만났다짧은 인사 끝에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우리는 나중에서야 서로를 알아보았고어두컴컴한 바닷가 저 멀리 한 켠 씩 반짝이던 불빛이 다가올 무렵 우리의 필연적 동거는 시작되었다모든 것이 서툴기만 했던 나와 선배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와 영어를 통해 아주 소소하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모두가 낯선 그 때의 상황 덕분일까서서히 스며든 우리는 어느새 친구를 넘어선 가족이 되어 있었다서로에게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우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같이 침대에 뒹굴 거리며 과제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속상했던 일이나 고민들을 유치원생 마냥 재잘거렸다과제와 시험 사이 파닥거리는 나를 맞이하는 따뜻한 기숙사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선배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는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2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나는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예전만큼 매일 얼굴을 맞댈 수는 없지만 서로에게 묻어나는 애정은 그대로인 듯하다그리움에 잠겨 선배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다 보면 어느새 늘어난 어학 실력에 스스로 놀라곤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부산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3년 동안 영어와 일본어를 전공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와 접점조차 없는 이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배울 수 있었다‘하고 싶은 일은 꼭 해보자’라고 생각했던 16살의 나는 이러한 다짐 덕분에 나를 끌어당기는 모든 일들에 도전했다외국인과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고, UCLA 오즈칸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교육청이 주관하는 어학캠프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한 적도 있다이렇게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일들은 언제나 내게 끌림을 가져다주었다그러나 고무렵 입시에 관한 생각들은 이러한 즐거움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고그러던 중 중국어는 어떠한 틀을 깨는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주었다그 중력과도 같은 힘은 바로 선배들과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한자 병음은 물론이고 성조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던 내가 필사적으로 중국어를 배우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미안함에서 시작된다선배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한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주로 이야기하다 보니 중국인인 마닝 선배에게 마냥 미안하기만 했다어설픈 중국어 실력은 물론이고 매번 발음을 부탁하는 것도선배에겐 미안함 투성이었다그래서 나는 선배와 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어에 더 매달리게 되었다하루는 국제회의 보다 치열한 통역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수강 신청에 대해 설명하게 된 나는 왼쪽에 일본 선배 둘오른쪽에 중국 선배 둘 그 사이에 서서 한국어로 설명하고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또 중국 선배가 우리 선배들에게 알려주게 된 것이다처음에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깔깔 대었지만한편으론 정말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2학기인 지금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중국어로 전화하는 나를 바라 볼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새로움에 대한 즐거움을 되찾아갈 무렵 본격적인 ‘동아시아 인문학적 리더’로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동아시아人’이 된다
CAMPUS Asia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대했던 수업은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국가 사이의 여러 쟁점들을 role-play형식으로 토론하는 시간이었다처음 팀을 구성하고 주제를 고를 때에는 국가 영토 문제라든지 한참 대두되던 위안부 배상 문제 등 각 국의 이해가 얽힌 매우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에 솔직히 겁이 났다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그저 한낱 기우임에 불과했는데하나의 팀으로서 역할을 맡게 된 우리는 각자 기존에 속해있는 국가와 반대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사이트와 논문책 등의 자료에 파묻히며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단순히 한 국가에서 바라 본 논란들은 해결하기 쉬웠다상대국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면 되니까하지만 이러한 role-play를 통해서 각 문제들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관념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고 난 후 왜 이러한 문제들이 수년간 해결될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우리는 토론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이러한 정신적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어느 적정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1번 비교과라는 과목으로 진행된 외부 강사의 특강들은 동아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주었다. 다채로운 주제들로 꾸며진 2시간은 동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권 이를테면 한자라든지 불교와 같은 공통적 특성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나쓰메 소세키, 이광수, 루쉰과 같이 과거의 동아시아 운명 공동체라는 새로운 구상을 위해 노력 했던 분들의 이야기로도 가득 채워졌다.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의 이종헌 사무총장님이 들려주신 한중일 협력과 청년의 역할 그리고 궈펑 주부산중국총영사관님의 19차당대회와 신시대 중국외교정책은 현재의 동아시아와 미래지향적인 3개국 관계에 대해 재정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네트워크 형성은 앞으로의 우호적인 다자적 협력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녕 스무 살! 안녕 CAMPUS Asia!

내 방 한 쪽 벽면에는 큰 세계지도가 붙어있다. 졸업 후 훌쩍 떠나기로 한 세계 일주를 위해 고이 모셔 둔 것으로 나의 버킷리스트 제 1순위이자 가장 큰 꿈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 쯤 세계 곳곳에 대한 관심으로 지도 군데군데 내 마음을 숨겨 두었는데, 지금 내 마음은 동아시아 일대로 쏠려 있다. 내게 CAMPUS Asia는 새로운 도전에 가까웠다. 많은 고민들과 한숨으로 채워진 날도, 정신없이 과제와 시험 준비를 하던 날들도 이제 머지않아 마주할 이동 캠퍼스의 생활도 내겐 끊임없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가져다주었다. 일 년 동안 가족보다 더 붙어 지낸 한국 동기들과 처음 인연이 되어준 1학기 선배들 그리고 2학기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선배들과의 이야기는 스무 살 풋풋한 떨림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생각들과 시끌거리는 이야기들로 하루하루를 채워 간 2017. 한 여름 밤의 짧은 유희는 어느 덧 새로운 시작과 이별 모두를 예고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언제부터 나는 수많은 별 중에 딱 저 별을 바라보았을까. 까마득히 오래, 숫자 1을 갓 졸업한 내가 스무 살의 이름으로 지낸 지 정확히 열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솔직히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오래 꿈꿔와서일까 조금은 희미해진 길은 끊임없이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지금 기분 좋은 떨림으로 가득 찬 나는 그 길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꼬꼬마 시절 나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악당을 물리치는 히어로처럼 멋있게 느껴졌다. 막연히 꿈을 꾸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외교관은 더 이상 전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었다. 소속된 국가의 영리를 위해 일하는 제한적 히어로였을 뿐. 그래서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국제회의에서 뛰고 싶었다.

인종과 국경. 성별과 종교 모든 경계선에 상관없이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 이익적 관계 성립 보다 인간적 관계 맺음을 우선시 하는 그러한 관계 구축은 정치‧사회적 영리를 주장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갖지만 상호보완적 WIN-WIN 공식을 만족시키는 지속적 우호관계는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게 CAMPUS Asia는 하나의 예비 무대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이 세 국가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된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나아가 해당 국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경험하면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나는 지금 꿈을 꾸는 과정에서 꿈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