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CAMPUS Asia 사업 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
2020학번 홍승*
일본과 중국으로 유학 갈 수 있는 과에 왔는데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으니 각오해라. 코로나 시국에 입학해서 아직도 유학을 가지 못한 20학번 3학년의 비애다.
(올해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것이지만 못 간 건 똑같기 때문에 일단은 넘기겠습니다.)
때는 2021년, 1학년을 마무리하고 대한민국의 상황은 조금 나아지는 분위기였지만 옆 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여전히 유학생의 입국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서 타국 학생들은 올 수 있었지만 우리는 가지 못하고 여전히 한국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쉬움이 컸다. CAMPUS Asia 프로그램에서 유학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흡수하여 언어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는 이득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러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최대한 내가 한국에서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습득할 수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하던 참에 나는 L.O.L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L.O.L 프로그램이란? Learn Our Language 라는 의미로 CAMPUS Asia 사업단에서 한-일/중 학생을 매칭 시켜서 언어학습 외 상대국 문화를 알아갈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단순히 공부뿐만 아니라 회화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막상 신청하고 나서 어떤 나라 친구와 매칭될까, 기대되는 마음과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함께 피어났다.
그렇게 매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처음 만나기로 약속한 날. 일본인, 이름, 나이 동갑.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나갔다. 내 새로운 일본인 친구는 ‘유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첫만남인 만큼 활동 계획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만 할 예정이었지만, 혹시 잠깐이라도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까 걱정한 나는 미리 이야기 주제도 생각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처음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웃으면서 달려온 유키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활발하고 좋은 친구였는지, 앞서 내가 계속 걱정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즐겁게 대화를 이끌어 주었다.
유키는 좋아하는 것이 많았다. 미술 전시회도 좋아하고, 한식도 좋아하고, 드라마도 좋아하고. 우리는 이것저것 공통점이 많았다. 그게 무척 신기하고 재밌어서 한참 웃으며 떠들다가 한참 후에야 우리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과 장소를 위주로 활동을 정했다.
공부를 해서 서로의 문화를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즐겁게 만났다. 미술관도 가고, 샤브샤브도 먹으러 가고, 카페거리도 가고 등등 부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참 즐거웠다. 유키 덕분에 다른 일본인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이라서 다른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없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유키와는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못 만나도 이주에 한 번은 꼭 만났다. 이렇게 말하면 많이 만난 것 같지만 한 학기는 짧기 때문에 대략 9번 정도 만났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나는 휴학을 해서 서울살이 하러 상경하고, 유키는 중국과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바빴다. 그 이후에 연락은? 아쉽지만 예전만큼 하게 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친구는 맞다. 하지만 유키는 워낙 바쁘게 유학 생활을 즐기고 있는 상태였고, 나 역시 휴학 후 자격증 시험 준비나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 시간이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주 연락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도 줄었고 그저 SNS 친구로 남게 되었다. 솔직히 아쉬웠다. 좋은 친구와 오래 인연을 쌓아가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지역도 다르고 시간도 부족할 때가 되어보니까 연락 한 통 넣기가 참 힘들더라.
그렇게 잊고 있을 때쯤? 어느 날 갑자기 유키에게 연락이 왔다. 기말고사를 치기 전에 친구와 함께 서울로 여행을 온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되면 만나자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숙소는 정했냐고 물었다. 아직 기차표만 샀다고 해서 나는 서둘러 말했다.
“우리집 와서 자!” 당시 자취방이 마침 방도 넓어서 3명이어도 잘 수 있었고, 역세권이라서 놀러 다니기도 좋았으니까. 굳이 돈 아깝게 숙소비를 쓰는 것보다 이럴 때 친구 집을 쓰는 거 아닌가? 라고 부담스럽지 않길 바라며 슬쩍 권유하자 너무 좋다고, 부탁한다고 답장이 왔다.
미즈키라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놀러 온 유키는 여전히 밝고 즐거운 친구였다. 연락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지만 똑같이 나를 대해줬다. 그런 유키의 친구인 미즈키 역시 비슷한 사람이었다. 활발하다, 까지는 아니지만 다정하고 세심해서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우리는 마치 원래 셋이서 놀던 것처럼 재밌게 돌아다녔다. 낮에는 경복궁, 광화문, 신세계 백화점 본점, 종로, 홍대 등등 3박 4일 내내 열심히 탐방하고 밤에는 삼겹살, 비빔면, 떡볶이 같은 야식을 먹으면서 보냈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면서 또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 이것저것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서울에서 혼자 지내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교류하니까 정말 좋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우리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정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L.O.L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즐기고 수용하면서 더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도 우리는 서로를 좋은 친구로 받아들였으니까. 서로의 문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성장한 덕분에 나와 유키가 경험한 L.O.L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소중한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