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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


2025년 CAMPUS Asia 사업 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캠퍼스아시아프로그램 9기생 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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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5-12-04 13:00

2025년 CAMPUS Asia 사업 3국 이동캠퍼스 체험수기
2024학번 임정*

 중국에 도착한 첫날, 낯선 풍경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설렘보다는 묘한 실망감이 먼저 찾아왔다. 낯선 환경 속에서 나는 나의 기준들이 얼마나 좁았는지 처음으로 자각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중국에서 더 배울 것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중국에서의 경험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배움을 가져다주었다.

  1. 1. 낯선공간에서 마주한 나의 기준들

 중국에서의 첫날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한 방식으로 나의 익숙함을 깨뜨렸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낡은 건물, 야외 화장실, 방 안에 보이는 벌레들은 충격을 넘어서 익숙했던 삶의 감각이 무너지는 듯한 현실감을 안겨주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위생과 시설은 사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기준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때 처음 실감했다. 낯선 환경을 마주한 순간정말 내가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과 함께, 내가 생활의 기준과 기대치를 얼마나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했다.

  1. 2. 소외감과 친밀감 사이, 관계가 만들어지는 방식

 우리방은 나와 일본인 룸메이트 두 명이 함께 쓰게 되었고 둘은 자연스레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언어를 완벽히 따라가지 못해 종종 대화의 흐름에서 멀어져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 외국인인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고, 언어가 소속감과 거리감을 동시에 만드는 강력한 문화적 장치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 소외감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국경절과 중추절이 다가오자 우리는 서로의 명절 문화를 공유했다. 한중일의 추석을 비교하는 대화를 하면서 송편과 월병을 나누어 먹었다. 우리는 함께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생활방식을 서서히 맞춰가고, 새벽까지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지낸 시간들이 우리들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함께 지내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더 넓은 공감 능력과 유연성을 주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법도 더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깨끗한 호텔을 사용할지 노후화된 기숙사를 사용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기숙사를 선택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이 훨씬 많았다. 때로는 불편함 속에서 더 큰 배움과 인내를 경험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뜻밖의 평안을 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 3. 불완전한 소통 속에서 배우는 진짜’대화’

 중국인 친구들과의 교류는 또 다른 방식의 배움을 제공했다. 낙함이와 함께 등산을 갔던 날, 우리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네 가지 언어를 맞춰 넣어야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대화의 본질이 유창성보다는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태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산을 마친 후 중국인 친구 낙함이, 킨요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외부음료를 가져와 식사와 함께 마시는 문화, 북쪽에서는 월병 하나를 통째로 먹지만 남쪽에서는 여러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를 알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에는 중국인 친구들과의 교류수업이 있다. 그 과정에서 호구제도, GDP 성장의 배경, 젊은 세대의 가치관 등 책에서만 보던 주제가 친구들의 이야기와 연결되며 생생하게 다가왔다. 호명이는 대화가 끝난 뒤에도 위챗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의 경험을 말해주며, 호구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겪고 있는 불편까지도 말해주었다. 나는 한국에서의 수도권과 지방 격차 문제를 들려주며 서로의 사회가 겪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또한 중국문화 시간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중국에 미친 영향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 호명이와의 대화를 연결지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문화 수업을 듣고 과제를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중국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장됐다.

 한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를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맥락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중국 친구들의 시각을 들으며 내가 알고 있던 중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고, 책으로만 접하던 중국이 아닌 ‘삶으로 존재하는 중국’을 마주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의 인간관계는 새로운 사회를 해석하기 위한 관점과 지식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매개가 됐다.

  1. 4. 건강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국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건강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문화였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중국에서 건강은 중요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 저녁이 되면 쇼핑몰 앞 광장에 수십 명이 모여 춤을 추고 등산길에서도 노년층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운동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있고 경기장에는 농구와 배구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운동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했다면, 중국에서는 운동이 일상과 공동체적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화가 나의 생활 방식에도 서서히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나 역시 룸메이트들과 함께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춤을 추고, 운동장에서 러닝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운동을 훨씬 쉽게 만들어주었다. 중국의 일상 속 건강문화는 건강은 개인적 노력이라는 기존의 사고와 달리 삶의 리듬과 공동체성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건강의 개념을 이해하게 했다.

  1. 5.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배운 자기돌봄

 하지만 유학 생활이 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급성위장염으로 갑작스레 고통이 찾아왔다. 나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아프다는 상황이 주는 절대적인 고립감을 마주했다. 진료 과정에서 느껴진 중국 의료 시스템의 느긋함은 긴박한 대응에 익숙한 한국의 의료 문화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또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순간의 불안과 무력감은 신체적 고통으로 낯선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체감한데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해외에서의 무기력은 한국에서보다 더 치명적이다. 하지만 극복과정 역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감정의 방향을 조절하고,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자기돌봄이라는 기본적이면서 어려운 능력을 배웠다. 또한 유학을 하면서 외로움을 피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무기로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1. 6. 도망치고 싶었던 수업에서 얻은 가장 큰 성장

 중국어 수업은 나에게 가장 큰 장벽이었다. 첫 수업에서 선생님의따라 말하세요라는 지시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교실을 가득 채운 중국어는 소음처럼 들렸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어렵다가 아니라이 수업을 버틸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두려움이었다. 사실 초반에는 수업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내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내가 중국어로 된 대학 수업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이 두려움마저도 감사하자는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매일매일 듣다보니 단어가 하나씩 들리기 시작했고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새 발표를 매일 하고 있고 선생님께서린팅잉, 중국어 정말 많이 늘었다고 말해주셨을 때, 그 칭찬은 도망치지 않고 버텨온 시간 전체를 인정받는 감각이었다. 이 경험은 앞으로 도망치고 싶은 어려움 앞에서 나를 지탱해줄 중요한 기억이 될 것이다.

  1. 7. 진로와 삶의 방향을 다시 묻다.

 중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진로 탐색과 자기발견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문화적 충격과 언어장벽, 예상하지 못한 발견들은 모두 내가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알게 했다. 중국의 사회구조, 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은 동아시아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관점을 열어주었다.

 특히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생산적으로 이견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강연은 내 진로에 큰 힌트가 되었다. 한중일 모두 비대립적 문화권이지만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과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는 세 나라에서 직접 공부하고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글로벌 조직에서는 언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문화권에서 나온 메세지를 다른 문화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주는 사람이 핵심 인재가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언어와 표현 뒤에 숨은 뜻을 읽어내고, 이를 이해 가능한 메세지로 바꾸는 일, 즉 글로벌 팀 안에서 문화번역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1. 8.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

 중국에서의 시간은 낯섦과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떤 환경에서 움직일 때 가장 나다운지를 탐색할 수 있었다. 익숙함이 무너진 자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고, 그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도 또렷해졌다.

 나는 동아시아를 깊이 이해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중국에서의 유학은 그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었고 앞으로의 길을 선택할 때 나를 이끌어 줄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