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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5-08-04 10:00
우리 학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국경을 넘어 다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인연은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일본인 룸메이트, 노노카였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끝나면 우리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종강 후 노노카는 나를 일본으로 초대해 주었다. 노노카는 “유학 중에도 가정 문화를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정은짱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김장처럼 특별한 가족 문화를 경험하게 해줘서 고맙고 행복했다”는 말도 전했다. 노노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고, 나는 기꺼이 일본행을 결정했다.
3박 4일 동안 노노카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노노카 가족은 오사카식,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 도쿄의 몬자야키, 그리고 야키소바까지 지역별로 다양한 요리를 준비해 줬다. 같은 메뉴라도 지역에 따라 특색이 다르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고, 한국에서 접했던 맛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노카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일본 가정식이었다. 식사 중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일본의 식사 예절과 젓가락 사용법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교과서 속 지식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문화는 일본의 목욕문화, ‘오후로’였다. 가족 모두가 같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나를 배려해 가장 먼저 목욕하도록 해준 그들의 배려에 감사했다.
머무는 마지막 날 밤, 노노카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은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CAMPUS Asia 덕분에 두 소녀가 친구가 되었고, 두 가족이 인연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노노카는 한국의 가족을 얻었고, 나는 일본에서 가족을 얻었다. 유학 생활 중 이토록 따뜻하고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은 흔치 않기에, 이 경험은 내게 더욱 특별했고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이 계기를 통해 일본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졌고, 일본어 공부에도 새로운 동
기부여와 열정을 갖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국적은 다르지만 마음으로 이어지는 인연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노노카를 통해 배웠다.
3월, 나는 일본에 도착했다. 설렘과 긴장,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자,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나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의 주된 소통 언어는 일본어와 영어였다. 문제는, 내가 그 두 언어 모두에 자신이 없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언어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그제야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진심이 생겼다. 단순한 공부가 아닌,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기 위한 도구로서의 언어가 간절해진 순간이었다. 기숙사에서 열린 웰컴 파티는 내게 첫 번째 도전이었다. 언어가 서툴렀지만, 용기를 내어 참석했다. 대화를 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 한 외국인이 웃으며 “괜찮아, 천천히 해!”라고 말해주며 끝까지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그 한마디가 내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을 전하려는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강 후, 캠퍼스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산업사회학부에서 열린 최민식 배우와 손석희 교수의 강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와 한일 영화 교류, 스크린쿼터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 영화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 ‘파묘’에서 일본의 역사적 모습이 부정적으로 묘사되었음에도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해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일본인과의 교류 기회가 생각보다 적었기에, 나는 직접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기숙사에 사는 일본인 코토코 언니와 함께 배드민턴 동아리에 가입하고, 바베큐 파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동아리를 통해 매주 일본인들과 교류하며 부활동에 진심인 일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취업문화를 주제로 한 신문기사 작성을 위해 코토코 언니를 인터뷰하면서 일본회사의 OB문화와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일본 취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코토코 언니와 서로의 언어 공부를 도와주는 카공 메이트가 됐다.
그리고 겨울방학 쇼트스테이에서 만난 아야노 언니와 인연이 돼 오사카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오사카의 번화가가 아닌 古民家에 나를 데려가주고 싶다고 하여 푸딩아라모드를 파는 코민카에 가서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다. 저녁으로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며 한일 취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가챠와 프리쿠라를 찍으면서 일본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일본에 얼마나 있었다고 일본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래서 나고야 여행 중 또 하나의 도전을 결심했다. 바로 ‘모르는 일본인에게 스몰토크 해보기’였다. 처음에는 위치를 물어보고 방향이 같아, 같이 지하철을 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마리나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 끝에 작은 우정이 시작됐다. 이 경험은 언어 실력을 넘어선 용기와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그 이후 대화를 거의 하지 않던 중국인 친구들과도 일본어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수업 시간 이외에도 매일매일 대화를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언어를 못 하는데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안고 살아왔다. 발표도, 대화도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경험은 그런 나를 조금씩 바꾸어놓았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내 안의 작은 용기들이 누군가와의 연결을 만들어냈고,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낯선 환경을 피하지 않으며,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유학은 단순히 외국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번 유학을 통해 일본 사람은 깊게 친해지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